메타버스 신드롬에 즈음하여

거기도 메타버스 한대? 지금 세상은 메타버스에 점령당한 듯하다. 부동산 플랫폼도 메타버스 한다고 하고, 게임 회사도 메타버스 한다고 하고, 투자자들도 메타버스에 열광하고, 마치 온 세상이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듯하다.

메타버스(metaverse) 또는 확장 가상 세계는 가상,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세계, 우주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를 합성한 신조어다. '가상 우주'라고 번역하기도 했다. 이는 3차원에서 실제 생활과 법적으로 인정되는 활동인 직업, 금융, 학습 등이 연결된 가상 세계를 뜻한다. 구체적으로, 정치와 경제, 사회, 문화의 전반적 측면에서 현실과 비현실이 공존하는 생활형, 게임형 가상 세계라는 의미로 폭넓게 사용한다.

당연히 IT 시장에 있으면서 이게 뭐냐는 물음을 피할 순 없었다. 아는 척하려고 위키를 몰래 쓱싹 읽고 대답을 뱉으려 했는데 막상 비유할게 머리에는 있지만 대답하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이...이거도 메타버스 아닌감...

싸이월드가 떠올라 버렸기 때문이다. 혹시나 싸이월드 모르면 어떡하지...? 그리고 싸이월드 다음은 MMORPG인 리니지와 바람의 나라가 떠올랐다.

보아 노래와 함께 PC방을 울렸던 추억의 BGM 이 머리에 재생된다.

분명 신조어고 새로운 개념인데 개념을 읽고 생각할수록 "그냥 예전에 그것들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는 메타버스가 그렇게 딱 하고 정의된 개념이 아녀서인 듯하다. 메타버스의 조건을 열거하면 다음과 같다.

  • 온라인이고,
  • 어떤 특정 역할을 할 수 있는 매개가 있고(아바타)
  • 사람들 간의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며
  • 규칙이 있고
  • 일련의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다.

대략 이런 구성요소가 있는 듯한데, 이미 이런 요소를 충족하는 서비스나 플랫폼, 그리고 경험은 엄청나게 많은 분야에 깔려 있다. 특히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은 차고도 넘친다. 모든 게임 산업은 그럼 메타버스 산업?

아직은 너무 큰 개념

뉴스에 나온 메타버스 주제의 무언가를 보면서 "이것도 진짜 메타버스인가?" 하는 물음을 던진 적 있다면 "아마도 메타버스 일 겁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아직은 너무 큰 개념이기 때문에 어디에 붙여도 "메타버스" 라 할 수 있는 지경. 사실상의 온라인 게임들 대부분이 위 열거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고, 특히나 사람들이 온라인에서 경험하는 게임들은 그 구성요소를 아주 잘 갖추고 있다.

가성비 VR 오큘러스

뭔가 이런 걸 쓰고, 들고 해야 메타버스 일 것 같지만, 사실 여기까지 가지 않아도 이미 메타버스의 그것을 충족하는 것들은 무궁무진하다. 아직은 너무 크고 다양한 것들을 포괄할 수 있는 개념이라는 것.

(더구나 뭔가 우리가 만들고 있는 서비스에 "메타버스" 붙여놓으면 멋지고 투자자가 혹할 것 같기도 하다.)

좀 더 "메타버스" 스러우려면?

시장을 좀 더 들여다보면, 그래도 좀 더 메타버스스러운 것들은 증강현실이나 가상현실, 그리고 몇 가지 키워드 기술들이 더 들어간 것들을 "그래도 메타버스 맞네!" 하며 생각하는 듯 하다.

  • 가상현실(VR) : 위 사진처럼 "내가 가상세계에 들어가서 활동"
  • 증강현실(AR) : 포켓몬 고처럼 카메라나 디스플레이 기술로 현실과 가상이 혼합
  • 블록체인 : 비트코인을 만드는 그 기술. 경제 구조에 있어 "소유권"을 처리하는 등 쓰이게 됨. 현실 세계의 경제와 연결다리.
  • 디지털 트윈 : 아바타의 강화. N잡러나 부캐를 떠올려 보세요.

결론 : 그래서 지금 메타버스가 뭔데?

결론을 내리가 참 힘든 게, 사실 많은 사람들이 메타버스에 대해서 저마다 다른 걸 보면서도 "이게 메타버스지" 하고 있기 때문이다. 네가 말하는 그것도 메타버스고 내가 말하는 이것도 메타버스라는 것. 아직은.

"이 현상"을 이렇게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듯 하다. 유비쿼터스라는 말 보다 iOT라는 단어가 더 익숙하고 웹하드의 비슷한 말로 쓰이던 클라우드라는 단어가 이제는 인프라를 넘어 생활 곳곳에 쓰이고 있는 것처럼 메타버스도 "사이버 세상"을 부르는 다른 단어로 보면 어떨까? 많이 다른가? 별로 그렇진 않은 것 같다.

과도기에 아직 너무 흔들리지는 말자.

물론, 이 모든 걸 다 "껍데기 바꿨네?" 하며 이름 바꾸기로 치부하는 건 아니다. 항상 기술은 이렇게 새로운 이름으로 바뀌어 가면서 발전했고 개념을 주도하는 무언가가 등장해 세상을 바꾸곤 했으니까.

단, 이 메타버스 흐름에는 충분히 즐겁게 설레어도 되겠지만 조금은 조심해야 할 것은 앞에 처음 말했던 것처럼 여기저기에서 메타버스 꼬리표를 붙이고 다니는 모든 것들을 조금은 비판적으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이제… 핀테크 걸음마 뗐는데, 이미… 다단계 사기업체 활개

핀테크라는 단어가 열풍일 무렵, 전국 각지에서 너도 나도 핀테크를 들먹이면서 시끌벅적하던 때가 있었다. 돈이 도는 곳에는 탈을 쓰고 나타나는 사람들이 있다. 큰 유행과 흐름은 항상 돈이 함께하고 돈이 모이는 곳에는 늑대들이 있다는 걸 까먹지 않았으면 좋겠다.